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2019년 2월 20일, 전 세계 신문이 2019년 2월 19일 사망한 칼 라거펠트의 기사로 대서특필됩니다.
샤넬이라는 브랜드를 알고 있었다면 칼 라거펠트 역시 알고 있었겠지만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라는 사실 외에 그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 역시 많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샤넬(Chanel)펜디(Fendi)의 부흥을 이끈 천재 아티스트,
명품 패션 하우스의 아이콘,
그리고 에디 슬리먼이 디자인한 옷을 입기 위해 40kg이 넘게 감량을 할 만큼 패션에 진심이었던,
패션 거장 칼 라거펠트. 그와 그가 남긴 것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칼라거펠트

유년 시절

1933년 부유한 독일 사업가와 스웨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칼 오토 라거펠트(Karl Otto Lagerfeldt)는 전쟁에도 불구하고 두 명의 누나 마르타 크리스티안(Martha Christiane)과 테아(Thea, 아버지의 첫 번째 결혼에서 낳은 이복 여동생)와 함께 비교적 편안한 어린 시절을 보냅니다.(그러나 그의 생년월일은 1933년부터 38년까지 매체마다 다르게 표기되었는데 2013년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태어난 해는 1935년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칼 라거펠트가 14살이 되던 해인 1947년, 어머니와 함께 파리로 이주하였고 리세 몽테뉴(Lycée Montaigne)에 입학하여 역사와 드로잉을 공부합니다.

패션계 입문

1954년 국제 양모 협회(Secrétariat International de la Laine)가 주최한 디자인 공모전에 참가한 칼 라거펠트는 상을 받게 됩니다. 당시 유명 디자이너이자 공모전의 심사위원이었던 피에르 발망(Pierre Balmain)의 눈에 띈 칼 라거펠트는 발망에게 디자인 어시스턴트 자리를 제안 받습니다.

1954년-공모전의-칼-라거펠트와-이브생로랑
1954년 공모전에서 칼 라거펠트(왼쪽)와 이브 생 로랑

피에르 발망의 어시스턴트 일을 하면서 라거펠트의 천재적인 재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1958년에는 곧 장 파투(Jean Patou)의 아트 디렉터로 임명됩니다.

끌로에(Chloé)

5년 정도 장 파투에서 일한 칼 라거펠트는 자신의 브랜드를 오픈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1962년 세계 최초의 패션 디자인 프리랜서 중 한 명이 됩니다. 유럽 전역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돌며 일하던 그는 끌로에(Chloé)에 이직하였고 3년이 지나지 않아 끌로에의 수석 디자이너가 됩니다.
끌로에는 칼 라거펠트에 의해 여성미를 강조한 디자인들로 로맨틱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의 브랜드로 확실하게 각인되었으며 칼 라거펠트는 끌로에에서의 시간으로 인해 그는 파리에서 '가장 독창적인 디자이너'로 칭송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가 됩니다.

1983년 끌로에를 떠난 라거펠트는 1992년 클로에로 돌아와 자신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몸 담은 브랜드 목록에 끌로에를 추가합니다. 그는 끌로에에서 린다 에반젤리스타(Linda Evangelista)와 함께한 광고 캠페인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만 그의 재임 기간은 그의 명성과 비교했을 때크게 성공적이지는 않았습니다. 5년의 임기가 끝난 후 그는 끌로에를 떠납니다.

에반젤리스타-광고캠페인
에반젤리스타 광고캠페인(1995, 끌로에)

펜디(Fendi) (1965년~)

라거펠트는 끌로에 하나에 만족하지 않고 1965년부터는 펜디의 수석 디자이너로 일하게 됩니다. 이때 만들어진 펜디 로고는 펜디 가문의 운영진과 칼 라거펠트가 함께 만든 합작품입니다.

펜디-FF로고
펜디의 FF로고

라거펠트는 1965년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재직하였으며 펜디를 이끌었습니다.

펜디2017SS광고컬렉션
2017 SS 펜디 광고 컬렉션

칼 라거펠트 임프레션(Karl Lagerfeld Impression)

1974년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독일에 설립하였고 1984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론칭할 때가 되었는 판단 하에 펜디(Fendi)의 럭셔리한 모피와 샤넬(Chanel)의 수트와 트위드보다 더 엣지있고 강렬한 룩을 선보이는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브랜드를 런칭합니다. 1988년에는 슈틸만(Steilmann)과 계약을 맺고 보다 저렴한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라인인 KL을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KL은 2004년 타미 힐피거 코퍼레이션(Tommy Hilfiger Corp)에 매각되었으며, 이로써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라인의 KL은 막을 내렸지만, 칼 라거펠트 브랜드는 액세서리와 데님 라인이 추가되고 국제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합니다.

샤넬(CHANEL) 시절

1983년 칼 라거펠트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샤넬에 합류합니다. 처음에는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초기 그의 데뷔 컬렉션은 엇갈린 평가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20년대와 30년대의 샤넬 디자인을 참고한 그의 선택은 비평가들의 호응을 얻었으며 라거펠트는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코코샤넬만큼이나 샤넬의 대명사가 됩니다.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이 사망한 뒤 샤넬은 오랜 침체를 겪고 있었지만 라거펠트 이후 새로운 생명을 얻기 시작하였고 샤넬의 상징과도 같던 우아한 트위드는 젊은층까지 사로잡는 영한 스타일로 변신합니다. 또한 당시에는 하위문화의 상징이던 가죽과 데님 같은 소재들도 인기를 끌게 됩니다.

2014-2015 FW 컬렉션

칼라거펠트가-직접촬영한-2019-SS광고캠페인
칼라거펠트가 직접 촬영한 2019 SS 광고캠페인

7L와 Editions 7L

그는 자신이 직접 광고를 촬영하고 사진 촬영을 하면서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이후에는 그의 모든 쇼를 촬영하게 됩니다. 그의 말에 의면 사진들을 뭐같이 찍어서 분통이 터져 직접 찍게 되었다고 하며 패션 디자이너로 활약하는 동안 사진촬영, 펜디(Fendi)와 샤넬(Chanel)의 캠페인 촬영, 잡지의 편집 등을 맡았는데 사진은 그에게 있어서 패션 못지않은 큰 열정 중 하나였습니다.

7L-포토스튜디오
7L 포토스튜디오

7L-book-studio
7L 서점

예술과 사진에 대한 책들이 늘어나자 자신의 사진 작품들을 전시하는 갤러리 스튜디오 겸 서점인 7L이 1999년, 파리에 문을 열었고 1년 후에는 시각 지식과 사진에 관한 작품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인 Editions 7L이 설립되었습니다.

다이어트

2000년 디올 옴므(Dior Homme) 의 디자이너였던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은 매우 슬림한 의상을 디자인하기로 유명했는데 이러한 의상은 매우 마른 몸을 가진 남자들만 입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에디 슬리먼의 의상을 입기 위해 피나는 다이어트로 40kg 이상을 감량했으며 이후 라거펠트와 그의 주치의였던 장-클로드 후드레(Jean-Claude Houdret)는 칼 라거펠트 다이어트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하였습니다.

칼라거펠트-다이어트-전후
다이어트 전(좌)과 후(우)

이 책은 의사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수만 부가 팔리게 됩니다. 총 3단계로 이루어진 이 다이어트 식단은 처음 3개월간은 단백질 파우더와 엄선된 채소만을 섭취하고 그다음 5개월간은 생선과 채소, 달걀로 구성된 점심 식사, 그리고 아침과 저녁에는 단백질 파우더, 마지막 4개월간은 저포도당 과일과 통밀 빵을 추가하는 것으로 총 1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이어트 기간 동안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의 부족을 보충하기 위하여 건강 보조 식품을 전체적으로 섭취해야 합니다.

칼라거펠트의-다이어트책
그는 책에 "다이어트는 일종의 처벌이어야 한다"고 설명했으며 "진정한 헌신이 없다면, 다이어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결심이 없다면,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은 실패할 운명에 처해 있다."라고 말하며 운동은 배고픔을 조장하기 때문에 권장되지 않는다고 하였고 식욕 억제를 위해 인공 감미료와 다이어트 탄산음료는 자유롭게 권장되었는데 이것은 후에 라거펠트와 다이어트 콜라와의 오랜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칼라거펠트X코카콜라콜라보
칼라거펠트X코카콜라 콜라보

대중성

2004년 그는 H&M 컬렉션을 선보인 최초의 하이 패션 디자이너가 됩니다. 당시의 컬렉션은 대부분 즉시 매진되었고 이로 인해 하이엔드/하이 스트리트 콜라보레이션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칼라거펠트XH&M콜라보
칼라거펠트 X H&M 콜라보

슈페트(Choupette)

슈페트-라거펠트
한때 그와 열애설이 났던 밥티스트 지아비코니가 크리스마스 휴가를 위해 2주 간 칼 라거펠트에세 고양이를 겼는데 이때 고양이의 매력이 반하면서 고양이를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이 고양이의 이름은 "슈페트 라거펠드(choupette lagerfeld)"로 전용 독채를 가지고 있으며 전용기를 타고 다니며 두 명의 개인 집사, 전문의, 전용 침대, 놀이용 아이패드 등을 소유한 세계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고양이 중 한 마리로 불립니다.
라거펠트가 사망한 이후에는 프랑스 법상 반려동물이 증여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신탁에 맡기는 방식으로 라거펠트가 살아있을 때와 같은 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속 경호원과 하인도 유지되었습니다.

사망

2019년 1월 샤넬의 꾸뛰르 컬렉션 이후 칼 라거펠트는 인사를 하지 않았는데 이때 건강 이상설이 돌았고 2019년 2월 19일, 펜디 컬렉션을 며칠 앞두고 파리에서 칼 라거펠트는 세상을 떠납니다. 85세의 고령이었음에도 이 발표는 패션계를 매우 놀라게 했으며 했습니다.

샤넬에서는 그와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버지니 비아르(Virginie Viard)가, 펜디에서는 남성복 및 액세서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Silvia Venturini Fendi)가 그의 뒤를 이었으며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의 이름을 딴 브랜드는 라거펠트가 임명한 김훈(Hun Kim) 디자인 디렉터 아래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
2019-2020 샤넬 컬렉션(칼라거펠트의마지막컬렉션)

댓글